[강기철 기자] 혹자는 살인귀라 하고 또다른 혹자는 창업기 조선의 기틀을 다진 군주라 한다. 한 사람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극과 극을 달릴 수도 있는 것일까?

태종 이방원.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로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는데 있어 아들들 가운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 이성계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신권주의국가(臣權利主義國家)’를 꿈꾸었던 조선 개국 공신 삼봉 정도전에 맞서 강력한 ‘왕권주의국가(王權主義國家)’를 꿈꾸었던 이방원.

이성계의 최측근인 정도전의 견제로 인해 그는 왕세자가 되지 못한다.

결국 그는 정도전을 비롯한 반대파와 배다른 동생들을 척살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아버지 이성계와 오랜 시간 반목하게 된다.

그의 집권기는 계속되는 피의 연속이었다. 자신을 도운 공신들을 죽였고 처남을 죽이고 처가를 멸문했으며 며느리인 세종대왕의 비 소헌왕후 심씨의 친정을 멸문한다.

인정상 있을 수 없는 패륜이지만 이 모두는 개국 초기 조선을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한 그 나름의 고육책이었다.

그의 이러한 노력은 훗날 세종조에 이르러 문화의 전성기를 이루는 초석이 된다.

혹자는 말한다. 아버지 이방원의 피의 역사가 없었다면 세종조의 태평성대는 아마도 없었을 것이라고...조선조 500년의 기틀이 그에 의해 완성되었음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뿌리 깊은 나무 조선을 위해 평범한 인간이기를 포기했던 태종 이방원, 누가 그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