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희 작가]우리는 밤낮의 교체나 네 계절의 바뀜과 같은 자연 현상을 순환 체계, 즉 반복하거나 회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익숙하다.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면 이러한 자연 현상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변화는 그저 순환 형식으로 진행되지는 않는다. 즉 우리는 네 계절을 하나씩 하나씩 순서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다만 이 경험을 여러 번 반복한다는 사실이 우리의 경험에 대한 인식을 순환적으로 여기게 해 줄 뿐이다. 그러므로 계절의 변화를 공간적으로 표현하자면, 에릭 라브킨(Eric S. Rabkin)이 제시했듯, 만곡선, 즉 파동마루의 정점에서 하락, 다시금 마루의 정점을 향해 치솟는 끝없는 그래프인 것이다. 좌절과 극복, 침강과 부상, 불행과 행복의 교체가 바로 이러한 리듬의 과정에 맞물려 있다. 우리네 삶의 모든 이야기가 이렇게 이루어진다. 끝없는 파장곡선의 연속이다

순환체계를 이루는 봄-여름-가을-겨울과 같은 시간 변화를 태양의 주기로 옮기면, 아침-정오-저녁-밤으로 나타낼 수 있다. 계절의 순환 질서를 따라 탄생-성장-쇠퇴-소멸을 반복하는 ‘식물(자연)’의 이미지는 출생-성장-노화-죽음 또는 만남-결혼-이별-시련과 같은 하나의 주기를 사는 인간의 모습과 동일하다 할 수 있겠다. 다시 말해 하루의 태양주기, 한 해의 계절적 주기, 나아가 인생의 유기적 주기는 어떤 의미에서 단일한 양식이다. 따라서 자연에서 인간의 모습을 유추하는 상상력을 가진 사람은 대립과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는 인생이나 사랑의 문제를 계절의 변화와 같은 자연의 시간에 일치시켜 전개하는 미학을 지닌 것이다.

J.F.비얼레인의 말처럼 “인생이란 것이 그저 운명적 실패와 크고 작은 승리들, 슬픔과 기쁨, 상실과 부조리의 순간들로 기워진 누비이불”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을 우주라는 커다란 전체의 일부라고 보는 시각을 지니고, 인생을 하나의 지속적 생성 과정이라 보는 사람은 개개의 사건들을 파장곡선과 같은 자연의 시간의 흐름에 일치시킨다.

시대가 변해도 사람과 자연은 같은 구조를 지녔고, 거기서 본이 되는 자연은 사람 사는 꼴의 모범, 원천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