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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시대에 맞선 선비의 모습을 바라보다국립전주박물관 주제전 ‘선비, 역병을 막다’
이혜숙 기자  |  jb@jbk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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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17  16: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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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전북 = 이혜숙 기자]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천진기)612()부터 731()까지 주제전 선비, 역병을 막다를 진행한다. 국립전주박물관 상설전시실 2층 역사실에 마련된 이번 전시는 동의보감 등 1212점의 유물이 전시된다.
국립전주박물관은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조선 선비문화를 주제로 특성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주제전 역시 선비문화 탐구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가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을 하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 역병을 마주했던 선비들의 모습은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이번 전시에는 흥미로운 선비의 휴대용 의학서적과 의료기구가 전시된다. 뿐만 아니라 역병이 창궐하던 시기에 친구의 안부를 묻는 절절한 내용의 편지도 출품되었다. 전염병에 걸려 아우가 세상을 떠난 친구가 연이어 부모님의 건강이 악화하자, 선비는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강하게 먹고 몸이 약한 어른을 잘 모셔야 한다며, 자신의 건강도 그리 좋지는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편지에는 시공간을 넘는 공감이 생긴다.
조선 시대에는 여러 차례 역병이 창궐하여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가곤 하였다. 전통의학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전염병에 대해 어떤 이들은 자포자기하거나, 무속의 힘을 빌려 회복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좌절과 현실회피가 능사는 아닐 것이다. 선비의 정신은 이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 큰 울림을 주곤 한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여유당전서>, <목민심서>를 비롯하여 방대한 저술을 남긴 조선 후기의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 그가 겪어야 했던 슬픔은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이다. 그가 저술한 홍역 치료법 책인 <마과회통麻科會通>의 완성에는 절절한 사연이 담겨있다. 아내에게서 아들 여섯과 딸 셋을 두었던 정약용은 아들 넷과 딸 둘을 천연두나 홍역으로 잃었다. 특히 아꼈던 둘째 딸과 넷째 딸을 잃게 되면서 깊은 슬픔에 빠진 정약용은 죽은 자식들과 세상의 아이들을 위해 1797년 홍역 예방법 서적인 <마과회통>을 저술하게 된다. 자신의 고난을 사회에 대한 헌신으로 환원시킨 정약용의 모습은 진정한 선비정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약용보다 100여 년 전, 경북 영천시 임고면 선원동에는 정중기鄭重器(1685~1757)란 선비가 있었다. 그는 역병의 창궐로 부친과 모친을 모두 잃고 만다. 전염병이 확산되자 새로운 땅으로 옮겨 병을 이겨내고자 하여 지금의 삼매리인 매곡지역으로 이주하였다. 이 땅에서 간소艮巢라는 이름의 서재를 짓고 전염병을 피하며 틈틈이 공부에 몰두하였다. 간소라는 뜻은 소박한 초가집이란 뜻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자가격리를 하며 전염병을 피한 것이다. 결국 43세에 과거에 장원급제한 정중기는 관직 생활을 시작하였으나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계를 버리고 낙향을 하고 만다. 매곡으로 돌아와 후학을 양성하고 이상향을 만들어 새로운 세상의 싹을 키워나갔던 정중기식 거리두기는 깊은 울림을 남기게 한다.
시간과 공간은 변하였으나 선비가 남긴 유물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하나로 귀결된다. 현실극복 의지와 사람 사이의 연대, 그리고 따스한 인간애이다. 그것이 2020년 현재, 옛사람에 비추어 우리를 되돌아보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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