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면 업어 가도 모를 여자였건만 요샌 자는게 자는게 아니에요
한 시간마다 칼같이 일어나 낑낑 거리는 아들의 소리에
눈이 번쩍 떠지다니..엄마가 되자 급 소머즈로 빙의한 것 같아요.
얼른 쭈쭈 대령 안한다 싶으면 동네 민원 들어올 만큼 울고불고 하시는
아들의 화끈한 성미를 알기에 마음이 급해요.
깜깜한 방에서 비몽사몽간에 아들의 한 끼 식사가 되어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하고 있을 때 옆에서 코고는 소리가 들려요.

남편이 자신의 인생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는 듯 평온한 표정으로 자고 있어요.
확....짜증이 밀려와요.
‘지금 잠이 오니?’
‘아이 울음소리가 안 들려?’
‘아니.. 다 들리는데 일부러 자는 척 하는 것 아냐?’
스멀스멀 의심과 원망이 용솟음쳐요.
맛나게 젖을 먹는 아이 얼굴을 봐요.
코 골고 자는 제 아빠 얼굴과 붕어빵이에요!

큰 붕어빵은 자고 작은 붕어빵은 먹고
깊은 밤 갑자기 설움이 북받쳐요.
번듯한 직장에 매일 꽃단장하고 샤랄라 출근하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제대로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젖 얼룩 묻은 늘어난 티셔츠에
충혈된 눈, 다크서클 덮인 급 늙은 얼굴땜에 거울보기도 싫고
애가 나오고 나니 바람빠진 풍선처럼 흉물스러운 뱃살은 외면하고픈 현실이에요.
엄마가 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늘 투덜투덜대는 내 자신이 싫어져요
이 생각 저 생각하면 눈물이 찔끔 나오려고 해요.
이쯤되면...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점점 더 크고! 더 듣기 싫어져요!
그래 다 이 남자 때문이다 싶어요
당장 깨워서 다다다다 따지고 싶어져요.
하지만 깨워봤자 싸울 게 뻔하고.
깨워봤자 이 남자가 막상 도울 일도 없어요.
내일이면 출근도 해야 하는데
새벽에 일어나면 다음날 업무에도 지장받겠죠.

남편도 그럴거에요.
퇴근 후 현관문을 열 때마다
이게 힘들다 저게 괴롭다 푸념만 늘어놓는 아내의 넋두리도 지겹고
난 돈 벌어왔는데 그건 당연하다는 듯
집안일이며 육아까지 잔뜩 도와주길 기대하는 것도 짜증나고
울고 싸기만 하는 아들을 돌보다보면
내가 꿈꿨던 아빠의 삶은 안드로메다에서나 가능했구나 착잡해지겠죠.
무엇보다 처자식을 책임져야한다는 가장의 책임감에 가슴이 답답하겠죠.

사랑하니까 결혼하고
서로를 닮은 아이를 낳아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리라 예상했건만.
아이가 태어나고 자주 다투는 부부.
이게 뭔가 싶은 우울함에 점령당하면 아이를 보고 웃어줄 수 없어요.

하지만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에요.
아이를 웃게 하려면 부모가 웃어야해요.
우린 모두 서투르고 어설픈 초보 부모
부모의 모든 에너지를 뺏으려고 작정한 듯한 아이
이게 다 아이의 급성장을 위한 자양분이라고 생각하고
부모는 서로를 충전해줘야해요.

하루 종일 아이의 울음에 혼잣말로 대꾸하며
남편의 귀가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여자의 얘기를 들어주고
서로 따뜻한 위로와 이해로 내일 하루를 버틸 힘을 충전해요.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키운다는 보람,
상상을 초월하는 지금의 고충과 희생이
우리의 가정을 완성해가는,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가치 있는 시간과 역할이라는 확신이 필요해요.

그리고 어차피 다 지나갈 육아의 가시밭길에서
이 시기 남편의 무관심과 방임은
두고두고 아내 뒤끝의 레파토리가 될테니...
초보 아빠들이여 영리하게 대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