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1950년 9월과 2013년 9월


전주보훈지청 실무관 김건곤

[독자기고=전주보훈지청 실무관 김건곤] 9월은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의 시작이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인천상륙작전, 한국광복군 창설, 서울 수복 등 유난히 기념일이 많은 달이기도 하다. 그 중 인천상륙작전은 6.25전쟁의 불리함을 뒤집고 전세를 역전시킨 원동력이 되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

몇 해 전 나는 우연히 인천상륙작전 전적지 도보순례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관광삼아 인천 자유공원에서 월미도를 거쳐 인천상륙작전기념관을 관람하면서 상륙지점인 적색해안(Red Beach), 녹색해안(Green Beach), 청색해안(Blue Beach)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흥미로우면서도 그제야 알게 된 점에 대해 부끄러웠던 기억이 난다.

인천상륙작전은 맥아더가 전쟁 직후 전선을 시찰하면서 구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엔군 총사령부의 상부기관이었던 미 합동참모본부는 인천상륙작전 대신 성공가능성이 큰 군산 상륙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맥아더는 인천으로 상륙하는 것이 적의 허점을 파고드는 좋은 작전이라고 생각했고, 또 인천은 서울로 들어가는 지름길로 단시간에 북한군의 보급로를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따라서 가장 빠르고 결정적으로 전세를 바꾸는 작전일 것이라 주장하였고, 작전을 강행했다.

1950년 9월 15일 새벽 인천 앞바다에 도착한 유엔군 함대들은 일제히 공격준비 포격을 가한 후 제 1단계 작전인 월미도를 향한 상륙작전이 시작됐다. 인천 해안의 상륙지점은 적색해안, 녹색해안, 청색해안 등으로 작전 명칭이 이미 부여돼 있었다. 오전 6시30분경 녹색해안에 상륙한 부대들은 완강히 저항하고 있던 북한군을 섬멸하고, 월미도를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이날 오후 제 2단계 작전인 적색해안과 청색해안에 대한 상륙작전이 전개됐다. 오후 5시30분경 적색해안에 상륙한 한국군 해병대는 미 해병대와 함께 인천시가지로 진격하여 밤새도록 전투를 벌였다. 상륙작전 24시간만인 9월 16일 오전 상륙군 부대들은 마침내 인천 해안 교두보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인천 시민들의 열렬한 환영 속에 후속부대들도 상륙하여 서울과 수원 방면으로 각각 진격해 갔다.

수많은 전쟁영웅들의 희생으로 세계 전쟁사에 길이 빛날 인천상륙작전은 성공했고 낙동강방어선에서도 총반격작전을 전개함으로써 최소의 희생으로 수도 서울을 조속히 수복할 수 있었으며 38도선 이남 지역도 완전 회복하여 북진작전의 발판을 구축할 수 있었다. 만일 인천상륙작전이 없었거나 혹은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현재는 지금과 다를지도 모른다.

이제 전쟁이 휴전된 지 60년이 흘렀고, 전후세대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성장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국민안보의식 조사에 따르면 6.25전쟁 발발 연도조차 청소년 5명중 3명은 모른다고 답했고, 2012년 조선일보에 따르면 어린이 100명 중 64명이 애국가 1절도 몰랐으며, 4절까지 아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다. 이것은 우리 국민의 나라사랑정신이, 특히 청소년의 경우 그들의 국가관이 얼마나 약화되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다. 6‧25전쟁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우리 국군과 민간인, 유엔참전군의 희생으로 얻어진 값진 것이다.

이러한 이 땅의 자유민주주의가 변질되지 않고 더욱 계승, 발전시켜 나아가기 위해서 필수요건이 있다면 바로 보훈정신일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인 보훈의 목적은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희생과 공헌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을 지키는 호국에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6·25전쟁을 바르게 이해하고, 참전유공자와 UN참전용사들의 희생과 공헌을 잊지 않도록, 기억과 보은의 유산을 물려주며, 자유와 평화의 땅 대한민국을 튼튼히 지켜갈 수 있도록 온 국민이 호국정신과 나라사랑정신으로 하나 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가 과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뜻 깊은 9월을 보내보자. 단언컨대 국민 갈등은 줄어들 것이고 우리가 진정 바라는 국민대통합의 길도 멀리 있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