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9월, 스탈린의 강제이주로 연해주 거주 17만 명의 고려인(조선인)들은 50일동안 6천 km를 달려 아무 연고도 없는 중앙아시아에 내던져져버렸다. 생존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결국엔 모국어를 잊고, 이주가 전면 금지된 채 살아왔다. 강제 이주 70년이 지난 지금도 조국에 대한 그리움으로 밥상을 차린다는 ‘한국인의 밥상’을 만나러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났다.

이들에 관한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스토리가 3일(목) KBS방송의 전파를 탄다.

타슈켄트 인근의 한 마을- 돌을 맞은 고려인 5세 아기의 돌잔치다. 돌잡이 상에는 찰떠기(찰떡) 세 접시가 놓여있다! 지금도 쌀밥과 찰떡을 밥상에 올리고, 된장과 간장을 담가 시락장물(시래기된장국)을 끓여내는 고려인들. 러시아식으로 지은 짧은 성씨만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고려인들이, 우리네 밥상을 지켜올 수 있었던 힘은 어디에서 왔는가?

처음 이들이 던져진 곳은 돌무더기 무성하던 척박한 땅이었다. 고려인들은 가축을 기르던 땅에 볍씨를 뿌려 벼농사를 보급했고, 밥상에 쌀밥을 올렸다. 노인들은 잔치 때면 찰떡을 찌고, 배고자(만두종류)를 빚는다. 콩을 불려 순두부를 만든다. 할머니들은 짐치(김치)담글 때 배추 절인 물을 하루 묵혀 간수로 쓴다.

고려인국시‘는 고기와 각종채소를 고명으로 얹는 것은 잔치국수와 같지만, 따뜻한 기후 탓에 차가운 국물에 말아 먹는다. 고려인의 밥상은 우리음식의 전통은 지키면서, 기후와 토양이 다른 중앙아시아에 적응하며 독특한 음식문화를 만들어갔다.

중앙아시아인들은 고기와 유제품을 먹었다. 채소는 샐러드가 고작이었고, 물고기는 안 먹었다. 그런데 이들이 채소와 물고기로 만든 음식들을 즐겨 먹기 시작했다. 바로 고려인의 채소반찬과 물고기 반찬이 그들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고려인은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하지만, 고려인 음식이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의 입맛을 매료시켰다. 그러나 이제 농사짓는 사람은 보기 힘들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독립하면서, 삶의 텃밭이었던 집단농장은 무너지고, 고려인들은 일자리를 찾아 러시아나 인근도시로 유랑하고 있다. 집단농장이 있던 시온고 마을에는 1937년 당시 강제 이주 노인들을 위해 한국에서 운영하는 아리랑요양원이 있다. 처음 기차 타고 왔던 세월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들이 마지막이다. 이주민들의 뿌리를 간직하고 보존하며, 한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이기 위한 특별한 관심이 모아져야 할 것이다.